[黃海 時論] - 우리의 까치밥은 누가 먹었나?

까치밥도 없는, 이삭도 못 줍는 척박한 서민경제 환경 -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싹쓸이하는 재벌들의 무한 욕망...!

김승환 기자 | 기사입력 2019/10/16 [10:50]

[黃海 時論] - 우리의 까치밥은 누가 먹었나?

까치밥도 없는, 이삭도 못 줍는 척박한 서민경제 환경 -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싹쓸이하는 재벌들의 무한 욕망...!

김승환 기자 | 입력 : 2019/10/16 [10:50]

 

▲ 김승환 본부장    ©OBC

우리 조상들은 감을 딸 때 한두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고 추운 겨울 배고픈 까치를 배려했다. 추수를 할 때면 벼이삭을 흘려놓아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이 줍게 했고, 마을 공동으로 겨울 땔감을 마련해 노약자들의 겨울나기를 살폈다.

 

이 처럼 가난한 시절에도 배려와 공생, 공리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미덕으로 우리네 삶 속에 스며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태는 어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시장 잠식 현상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2016년 8월 기준으로 510개를 넘어서고 한해 15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재래시장을 초토화 하더니 이젠 골목상권까지 노린 SSM(기업형슈퍼마켓) 진출 시도로 인한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SSM의 규제가 시작되자 이마트는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노브랜드’ 가맹사업을 시작해 이미 오픈한 군포산본역점을 비롯해 울산, 전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 가맹점 출점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가맹점 출점 시 지역의 연세 자영업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상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나 협의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도 이미 2만개를 넘어서, 한해 매출이 10조원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편의점협회에 의하면 앞으로 10년간 시장규모 20조원, 점포수 4만개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재벌들은 떢볶이와 순대, 꽃배달 사업까지 진출해 마지막 남겨두어야 할 ‘까치밥’과 들판의 ‘이삭’까지도 싹쓸이하며, 서민들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재벌의 이같은 저인망식 유통사업은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소 물류전문회사들을 문닫게 만들었다. 롯데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물류는 롯데로지틱스가 맡고 있다. GS25와 GS슈퍼마켓의 물류는 종합물류회사인 GS리테일이 담당하고, GS리테일은 미스터도넛, 헬스 앤 뷰티 전문점 GS왓슨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1위인 ‘훼미리마트’의 물류도 내부 계열사인 중부로지스, 보광로지스 등이 맡고 있다.

 

최근 호남의 건설가 중 신흥재벌급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흥토건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배경엔 상상을 초월하는 내부거래가 ‘원동력’이라는 말도 나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재벌·대기업의 자발적 개혁’이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중흥토건의 내부거래율은 2014년까지 무려 98.71%를 기록했다. 3883억원의 매출 중 3833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는 얘기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거래는 2015년 85.36%(6168억원의 매출 중 5265억원), 2016년 73.61%(8754억원의 매출 중 6444억원)를 기록했다. 내부거래 비율이 수치상으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2017년에는 회사의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다. 당시도 1조3066억원의 매출 중 8538억원(65.24%)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호반건설 김상열(58) 회장의 편법승계 의혹은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첫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자본금 5억원,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가 바로 김 회장의 아들인 김대헌 부사장으로 등재돼 있었다. 당시 김 부사장은 20살에 불과했다. 

 

김 부사장(31)의 ㈜호반이 이렇게 비대해질 수 있던 이유 역시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였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재벌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호반의 특수관계자 거래비중, 즉 가족들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와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한 비중은 2007년 45.2%, 2008년 38.4%, 2009년 88.4%, 2010년 99.4%, 2011년 88.4%, 2012년 96.1%로 치솟았다.

 

얼마 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우리말이 있다. 한글(Hangul), 김치(Kimchi), 태권도(Taekwondo)라는 단어다. 그런데 최근 재벌(Chaebol)이란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다. 외국에는 한국의 재벌과 같은 의미의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감나무에 까치밥 조차, 들판에 나락하나 남김없이 쓸어가는 재벌기업과 대형 건설사들의 탐욕, 그 행태를 우회적으로 빗댔다는 말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조석으로 찬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겨울이 머지않았다. 혹독하고도 가혹한 추위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보호장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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