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笑笑)의 언어쓰레기장] 기부금 영수증

  • 기사입력 2014.02.02 07:50
  • 기자명 OBC더원방송
▲ OBC더원방송 신임 칼럼니스트 '소소(笑笑)' 스님.     ©OBC더원방송
 언제부턴가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아주 피곤한 시기가 되었다.
연말정산을 위한 종교단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적용되고 있는 사항이기에 있는 그대로 발급이 된다면 피곤할 것이 없으련만 많은 사람들이 한 것 이상을 생각해서 입씨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는 한층 증가된다.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는 당부 또한 곁들여진다.
자기가 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는 이들 또한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기부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민중국어사전에 “어떤 일에 보조의 목적으로 재물을 내어 줌”이라고 나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행하는 일의 목적에 찬동하기에 그 일이 잘 되길 바라고 실천적인 방법으로 돈이나 물건 등의 재물을 납부한다는 것이다.  더 간단히 표현하자면 좋은 일을 하는 데에 동참하기 위해 일정부분을 자신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를 생각해보자. 좋은 일을 했는데, 그 선행을 증명할 어떤 증거가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 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어떤 상에 머무르지 말고 베풀라는 것이 있다.

내 알음알이가 부족한 까닭이겠지만 이 외에 현자들의 가르침에 선행을 하고 그것을 자랑하라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는 기부금영수증이란 말과 실체가 통용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기부금영수증에 기재된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 의무사항인 세금의 일부를 감면해주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정성을 드리는데, 그 정성에 대해서도 금전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또한 세금을 감면받는 자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국의 창고가 다 파괴되어 더 이상 창고로서의 역할을 못하는가 보다. 어떤 이유로, 누구의 제안으로 기부에 대해 영수증이 발급되고 그 영수증이 세금을 감면해주는 도구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제안한 사람과 이 제도가 법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은 지옥고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의 공덕과 정성을 천박한 거래로 바꾸어 무위로 돌렸고, 세금을 줄여 나라의 살림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보시를 말한다. 깨달음을 구하거나 자신의 덕을 완성시키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는 보시이다.  진정한 보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베풂의 내용이 청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실천적인 내용으로 어떤 상에 머무름 없이 베풀어야 한다는 무주상보시도 이야기한다.
 
독자 가운데 불자들이 있다면, 아니 자신의 공덕과 정성이 온전하길 바라는 이가 있다면 기부금영수증이라는 후안무치의 작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가는 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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